2025년 치악문원 10편
2025년 치악문학 10편 바닷가를 거닐며/최유진(1) 안목 바닷가를 걸어간다. 찰랑이는 물보라 따라 모래 위에 발자국 씻기고 씻기며 하얀 포말과 손잡고 거닐면 마음은 커졌다 작아졌다 파란 공상의 나래를 달고 바람결에 미끄러져 가는 저, 소리 달빛이 풀리어 더욱 고운 물빛 내 영혼의 색감도 저처럼 아름다웠으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드리는 바다, 그 넓은 가슴에 안기고 싶다 어머니의 가슴과 같은 언제나 그리운 바다. 삶 그리고 여백/최유진(2) 비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애련한 얼굴인가 서랍 속에 숨겨 둔 마음의 거울인가 눈이 오면 눈으로 내리고 보슬비 오면 비처럼 속삭이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겨 고운 감성의 하늘이여, 언제나 비어 있는 여백의 산그늘 속 해 걸음으로 넘어가는 낙조처럼 내 영혼 그렇게 가고 싶어라. 낙엽 편지/최유진(3) 다시 채울 수 없기에 생명의 샘을 외면한 채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이렇게 떠나야 하는지 품고 있는 나 싣고 가는 너 가을이 진 자리마다 빨간 낙엽 노란 낙엽 나뒹구는 바람 소리 데굴데굴 바스락바스락 가슴 시린 낙엽 사랑 바람에게 노을에게 꽃 나라 요정에게 낙엽 편지라도 띄우지 싶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언제나 그리움만 동행하며…. 그리움/최유진(4) 진자리 마른자리 마다않는 정 많은 미소 맑은 하늘은 이렇게 드높은데 뒷고대 단아함이 아렴풋하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낮과 밤 그리움은 그리움을 낳고 오월 하늘 카네이션 한 송이 또다시 소망으로 피어 드리오리다 귀운동 152번지/최유진(5) 동해시 귀운동 152번지 푸른 파도처럼 싱그러운 소망이 언제나 넘실대던 곳 한세월이 그립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곳으로 열리는 길 나는 한없이 걸어갑니다 늘 은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당신 행복의 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좌절에서 마음 추스르는 방법도 가슴 속에 쌓여진 삶의 그림자 차고 넘치던 마음 그 곤때 묻은 흔적은 그리움으로 나부끼는 작은 깃발입니다. 동해시 귀운동 152번지 그곳은 내가 외로울 때 가보는 마음의 고향입니다. 파도의 노래/최유진(6) 바다와 파도가 우는소리로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섬세한 손길로 줄을 튕기는 통기타나 같이 정겹기도 한 파도의 노래 가끔은 모래톱을 매단지며 조개껍질과 하모니카 되어 발성 연습을 한다 갈매기의 소리도 해표의 울음도 뱃사람들 사공의 노래도 검푸른 물이랑 악보에 새겨 두었다가 해풍의 지휘에 따라 부르는 파도의 노래 그 노래에 마음을 실어보라 그 노래에 젊음을 맡겨보라 바다의 마음, 바다의 심장 마냥 푸르름을 손잡고 아, 그대도 바다의 마음이 여라. 여운(餘韻)의 미/최유진(7) -여초선생 개관식에서, 푸른 산자락마다 산새가 곱습니다 세월의 계단만큼이나 그리움의 무게만큼이나 당신의 눈빛이 머문 긴 여운 바람에 떨리는 향내 서필의 향수가 무수히 나부낀 자리 여초님의 선명한 낙관(落款)은 오랜 시간 여문 세월의 지문 눈부신 시간의 저편 곰삭음이 속삭임으로 들려오는 듯 예향에 겹겹이 싸여 우리는 이렇게 행복합니다 저, 6월5일 하늘은 당신을 위해 더 고운 여백으로 비어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미소/최유진(8) 한 폭의 그림 속으로 열반(涅槃)이 열리는 소리 흰 여백을 메우며 조금씩 다가오는 내밀(內密)의 언어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옷감처럼 곱기만 하여라. 은은한 파스텔톤의 숨결이여 새벽 물안개처럼 곱게 곱게 번지는 내 마음의 파문(波紋)이여 고요히 눈을 감아야지 그리고는 파스텔톤의 미소로 내 마음을 모두 다 채워야지. 독백/최유진(9) 그날은 정말 아름다웠다 너를 향해 밤낮 없이 달려갔던 한 시절 내 안에 자물쇠를 열고 싶은 날 벚꽃이 팝콘처럼 터졌다 내 삶의 유일한 표현 도구는 지필묵(紙筆墨) 그밖에 무엇이 더 있으랴 너와 함께라면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다 팝콘처럼 터지는 기쁨 꽃비처럼 쏟아지는 사랑 수천 마디 말보다 단 한 편의 서화(書畫)가 이토록 미더울 줄이야, 수묵 담채화 속에/최유진(10) 화선지 위에 묵향이 번진다. 새벽안개가 퍼져 나가듯 숨어 있던 내 감성(感性)의 고삐가 이미 풀렸었나 봐 쫓아가면 없어지는 무지개처럼 잡으려면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아련한 기억 속에 멀어져만 가던 그리움 눈을 감으면 다시 밀려드는 2019년 4월의 축제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의 기억을 수묵 담채화의 농담(濃淡) 속에 아예 가두어 놓았다. -약력- . 2008년<문학공간>시 등단 . 시집<흐름의 미학> . 낭송가,시.서.화 작가 . 한국문인협회,원주문인협회, 한국시인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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